흐린 낯과 밝은 밤 또 날 지나가니
잡을려다 못 잡아본 하루넘겨 보고서
입만 가진 동물들 다들 걸어가며
태양빛도 못느끼며 각각 집에 들리네
또 가야지 다른 곳 찾아서 계속하는 길만 따라서
등 뒤엔 옛마을 잠을 자는 듯이
흘린 마음 다 줏어서 모아 등에 메고
비는 내려 내눈앞을 가로 막으면서
이리 저리 낙서된 밤의 공책 지워서
또 가야지 다른 곳 찾아서 계속하는 길만 따라서지나가는 처녀요 나를 사랑하게
나의 손은 차와요 나의 발은 굳었소
집은 하늘 땅이요 동서남북 없이
오는 곳은 가는 곳 돛을 잃은 배같이
또 가야지 다른 곳 찾아서 계속하는 길만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