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없이 학교 갔다 오다
소낙비 만난 여름날
네 그늘로 뛰어들어 네 몸에
내 몸을 기대고 서서
비 피할 때 저 꼭대기
푸른 잎사귀에서
제일 아래 잎까지
후둑후둑 떨어지는
큰 물방울들을 맞으며
나는 왠지 서러웠다
뿌연 빗줄기 적막한 들판
오도 가도 못하고
서서 바라보는 먼 산
느닷없는 저 소낙비
나는 혼자 외로움에
나는 혼자 슬픔에
나는 혼자 까닭없는
서러움에 복받쳤다
외로웠다
네 푸른 몸 아래 혼자 서서
그 수많은 가지와
수많은 잎사귀로
나를 달래주어도
나는 달래지지 않는 그 무엇을,
서러움을 그때 얻었다
그랬었다 나무야 오늘은 나도 없이
너 홀로 들판 가득
비 맞는 푸르른 나무야
너 홀로 들판 가득
비 맞는 푸르른 나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