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김란영


* 鄕 愁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음음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 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우우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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