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김민기


연이 탄이 너 왜 또 순이 못살게 굴어!
탄이 아빠도 없는게 그런건 왜 만들어
순이 그럼 어때
연이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너 아까 순이가 시험지 안 보여줬다고 그러는 거지!
탄이 이게 확!
연이 때려봐, 때려봐. 느네 엄마한테 일러줄거야
탄이 맘대로 해
연이 탄이 너, 탄이 너, 어? 잰 또 순이야 같이 가, 같이가 순이야, 순이야 같이가...
아이들 음음...

연이 아버지가 안계신 순이 공부 잘하는 내짝 순이
어머니가 선탄일 나가시면 집안일도 잘하지요
모두다 까만집 까만길 까만물 까만산
온통 새까만 탄광 마을에 우리들은 살아요
연이 학교 갔다와서 빨래 걷는 데 엄마가 아버지 도시락 갖다 드리라고 했다.
꿈자리가 사납다고 일 나가지 말랬는데 또 나가셨다.
어떤 아저씨가 굴속에서 도시락을 드시다가 "연이야 너도 좀 먹으렴." 했다.
자세히 보니까 탄이 아버지였다. 나는 굴을 나오면서 굴속에 창문이 있으면
굴속도 환해지고 공기도 더 좋아질텐데 라고 생각했다.
서낭당 앞을 지날 때 돌멩이를 하나 얹어 놓으면서 속으로
"아빠, 어두운 굴속에서라도 밝은 마음으로 일하셔요."라고 말했다.
집에 와서 탄이네 것이랑 우리것이랑 빨래 갖다주고 돈 받아다 엄마 드렸다.
내일의 할 일. 또 시험
휴우, 어른이 빨리돼야 시험을 안 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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