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랑

가을방학


난 분명히 여기 온 적이 있어
다 생각나 이젠
좀 우습지 어찌 잊고 있었는지
날 만들어 온 시간

그때도 꼭 이렇게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면서 고갤 저었어
해 뜨기 직전 그 깜깜한 새벽
어둠 속에 떨며

지금보다 약했던 내가
한참은 모자랐던 내가
이 담엔 뭐가 있나 알고 싶다고
까마득한 절벽 앞에서
마지막 한 발짝을 뗐어
꼭 눈을 감고 아주 작은 아기 새처럼

코미디라면 한껏 망가질 게
비극이라면 한층 신랄하게
거울 속 단 한 명의 관객 앞에
부끄럽지 않게

그때보다 강해진 나야
한 뼘은 더 자랐을 나야
이 담엔 뭐가 있나 알고 있다고
그래도 무서운 건 똑같지
마지막엔 바람을 믿지
홀씨처럼 꽃잎처럼 얇은 연을 날릴 때처럼

뚜뚜뚜루뚜루 뚜뚜뚜루루뚜
뚜뚜뚜루뚜루 뚜뚜뚜루
뚜뚜뚜루루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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