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가로막힌 어느 뒷골목의 지하 단칸방
잿빛 조명 아래 비치는 고뇌하며 짙어져 버린 그림자
놀고 먹는 것, 천직이라는 것 내가 꿈꿔왔던 가치들은
타 들어가 버린 담뱃재와 흩어지는 담배연기
휘몰아 치는 비난 앞에 당당히 맞서왔던 나만의 고집과
이내 내게 닥칠 일련의 현란한 고통들. 작아지는 젊은 날의 부푼 꿈
한껏 펼쳐보지 못한 희망 묻고 다시 진화한 꿈
놀고 먹는 건 왜곡된 현실의 헛된 허울일 뿐
날로 먹는 것. 거저먹는 것. 내가 발전시켜왔던 대안들
파고 드는 견제. 버린 양심. 거칠어진 많은 눈빛
휘몰아 치는 비난 앞에 당당히 맞서왔던 나만의 고집과
이내 내게 닥칠 일련의 현란한 고통들. 작아지는 젊은 날의 부푼 꿈
자나깨나 만신창이 모든 일이 실패. 너무너무 절망해 벼랑 끝으로 달려가
출렁이는 대해에 몸을 던질 각오하니 너무너무 높아 이젠 됐어
난 오직 벽지를 긁어대는 버림받은 슬픈 영혼. 내게 신은 없다며 장판까지 죄다 뜯는데
방 한 켠 파고드는 한줄기 빛의 강림. 강렬히 요동치는 심장 한 켠에 빛나고 있는 낫과 삽
되돌아 보면 무위도식이 너무도 좋아서 내 꿈같긴 하지만
훗날 늙고 지치고 골병 든 후 지대루 다 후회가 될 거야
우리 선택할 길이 무한히 널려져 있지만 그저 참된 노동이 난 정말로 좋겠네
지겹게 뒹굴었다. 이제는 나 더는 놀고먹지 않아
빛 바랜 이불 앞에 펼쳐 놓고 합장하고 잘 때 빼곤 더 이상 볼일 없겠지
그간 즐거웠지 나의 오랜 동반자
이제 나 파! 나 이제부터 땅 파. 힘껏 잡아 쥔 삽과 친해질 것 같아
잘 부탁해 이제부터 너는 나의 정신. 힘을 모아 땅끝까지 함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