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불

지주회시
앨범 : 샘

우리가 함께 했던 지난 날들을 모두 잊어버리고서
서로의 각자의 길을 걸어왔는데
이제야 10여년이 지나고서야 다시 만난 우리가
사랑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옛날 서로의 가난을 위로해주며
철거되지 않기를 기도했던
소중한 기억을 얘기하면서
소주잔을 건넬 수 있는 친구로서 남아주었으면 해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지
어디선가 불이 번지면 그 이유는 전혀 모르면서
가족들과 함께 무작정 밖으로 힘차게 내달렸
어렸던 우리는 울었고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철거를 막으려 애썼지만
힘센 아저씨들에게 얻어맞고
피 흘리며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서
끝까지 싸웠지만 헐리고 말았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한없이 부러워하며
소외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어린 사랑을 키워갔었지 철이 없어 그랬는지
그저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집이 없는 우리에게 사랑과 학업이란 것은
그저 남의 얘기일 뿐이었지
그때부터 떨어져 죽도록 일만 하며
서로를 그리워할 시간을 미루어 두었지
자살하신 너희 아버지 맞아 죽은 옆집 아저씨
폐병으로 돌아가신 너희 어머
병원 한 번 갈 돈 없어 돈을 얻으러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지만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지
그렇게 우리는 세상 밑바닥까지 떨어지고 말았지
형제들 모두 떨어져 제 몸 하나 간수하기조차 힘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지
오 옛날이여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오 옛날이여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오 옛날이여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오 옛날이여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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