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중>
나는 어릴적 비오는 날을 가장 싫어했다
왜냐면 나에겐 우산을 들고
교실밖에 서 있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은 아버지의 넓다란 가슴에 안겨
차례차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난 텅빈 운동장 한 가운데에 홀로 서서
뜨거운 비를 내 작은 몸으로 맞아야만 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어머니께
왜 나에겐 아버지가 없어야만 하는지를 물었을 때
어머니의 눈물까지도 내 몸을 적셔야만 했다
세상에 많은 이들이 아버지를 잃은채 살아간다
어떤이들은 아버지를 저 먼 세상에
먼저보낸 슬픔에 젖어 사는이도 있고
또 어떤이들은 아버지를 두고 있으면서 헤어져
잊어 버린채 살아가는 이도 있다
또 어떤이들은 아버지에 대한 상처로
외롭고 긴 어둠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