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농의 노래

심규선(Lucia)


불꽃은 쉬이 옮겨붙지 않고
심지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말라 굳어진 내 혀끝을 적실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네

파도와 모래가 서로 싸우고
흠집을 내던 그 해변에서
바람이 달을 할퀴던 정원에서
너의 노랠 듣기 전까지

최초의 연인처럼 네 입술에 달게 맺힌
사랑을 나눠 삼킨 이후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뱉어 버린 이유로
낙원에서 나락으로 가요, 이 선율에

내 소중한 분신이여
사람의 마음은 촛농처럼
가장 뜨거울 때 녹아지기 때문에
두려워해야 해요
불꽃이 타 꺼지고 나면
슬픈 모습으로 굳어지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죠
되돌릴 수 없죠

비꽃이 밤을 적시던 거리에서
너의 눈을 보기까지

죄악의 열매처럼 내 입술에 달게 맺힌
그대의 입술에 걸린 사랑
불리지 못한 노래가 나비로 태어나도
어떤 꽃도 피우지 못해요, 이 황야에

내 소중한 분신이여
사람의 마음은 촛농처럼
가장 뜨거울 때 녹아지기 때문에
두려워해야 해요
불꽃이 타 꺼지고 나면
슬픈 모습으로 굳어지기 때문에

내 타버린 불꽃이여 사랑에 그을리고 나면
온데간데없이 산화되기 때문에
능숙해져야 해요
이따금 속고 싶더라도
결국 모든 것은 끝을 향해 가기에
되돌릴 수 없죠
되돌릴 수 없죠

불꽃은 쉬이 옮겨붙지 않고
심지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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