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08.

음악도시


그 남자...♂

내가 좋아하는 소리가 몇가지 있지...
"다녀오겠습니다! 저 늦을지도 몰라요~"
붕붕 날아다니는 내 목소리...
끼익~ 내가 탈 버스가 도착하는 소리...
"다음 내리실 곳은 광화문, 광화문입니다."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소리...
"준이야~!"
거리 한가운데서 내 이름을 부르는 반가운 친구의 목소리...
"야~ 은주 너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야~ 날씨 되게 좋지~? 야~ 오늘 진짜 눈부시다, 오늘~"
잘 지냈다 대답하는 친구의 목소리가 따가운 가을 햇살 속에서 바삭 부스러지는 소리...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하하하~ 계절을 앞서는 나의 핸드폰 벨소리...
"여보세요~? 어, 너 어디야? 너 벌써 도착한 거야?"
그녀가 나보다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는 목소리...
"야, 은주야~ 나중에 보자~ 이 내 지금 여자친구가 벌써 도착했데거든~? 아우~ 얘는 예쁜데 부지런하기까지 해요~ 야~ 아주 감당이 안되~ 나중에 보자! 아, 야야, 그리고 너, 너도 연애해! 가을이잖아, 가을... 어? 간다!"
그녀에게로 가는 경쾌한 내 발걸음 소리...
내가 좋아하는 소리가 몇가지 있지...
그녀와 내가 가을 속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

그 여자...♀

내가 싫어하는 소리가 몇가지 있지...
"잘 지냈어~? 오랜만이다!"
우리가 어제도 잠시 마주쳤던 걸 기억하지 못하는 니 야속한 목소리...
"잠깐만... 어, 전화왔네~?"
나와 이야기를 하는 중에 크게도 울려대는 니 핸드폰 벨소리...
"어, 나야~ 어디야?"
전화를 받으면 나와 말할 때와는 전혀 달라지는 니 들뜬 목소리...
"미안~ 내 여자친구가 도착했데~ 나 가봐야겠다! 우린 나중에 만나자~ 너도 빨리 연애해! 가을이잖어..."
혹시나 기대했던 니 마음이 나를 향해 다시 한번 빗장 거는 소리...
"그래야지... 가을이니까..."
그렇게만 대답할 수밖에 없는 기운 쭉 빠지는 내 목소리...
내가 싫어하는 소리가 몇가지 있지...
돌아선 니가 너의 그녀를 만나러 가는 퉁탕퉁탕 경쾌한 발소리...
멍하게 돌아서는 타박터벅 내 발걸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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