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벽

Lee Sang-Eun


저 멀리로 날아간 작은 새 하나
가벼운 우울만 남아있네
작은 구멍으로 세상을 보지만 보이는 건 사람들의 큰 벽뿐
오늘도 습관처럼 새는 떠났고
흔한 해질녘 너를 만나 작은 풀꽃하나 벽속에 넣어주고
작은 연못도 내 마음에 만들었지
다시는 울지 않으리 희망을 노래하긴 아직은 어린 우리들
하지만 울지 않으리 밤은 그 벽안에다 남겨두고
하늘을 활짝 열어줘 너의 얼굴을 마주서 보고 싶어
자유를 푸른 새벽을 너의 눈빛을 바라보도록
이유도 모르고 시작도 모른 채 나는 이렇게 살아왔어
울고 있는 나는 가장 낯익은 얼굴
아무도 사랑할 수가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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