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이 깊게 팬 볼, 입에 문 색소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손을 뗐어도
신은 쉽게 이별을 허락하지 않았네
사실 헤어질 수 없음을 나도 잘 알기에
내다 버린 악기를 다시 가져오는 발걸음
그 덕분에 곰팡이 냄새가 낀 밥그릇
자랑스러운 남편으로 살고자 마음먹은
몇 년 전의 다짐은 TV 속에 환상일 뿐
여전히 아이 같은 미소 지으며 소리 내고 있어
이것마저 지우면 그 차가운
방바닥을 견뎌낼 자신이 없기에
악기의 무게보다 무거운 벽돌을 어깨에
삶은 매 순간 내 입술에 흔적을 남겨
젊은 날의 치기 또는 지저분한 기억이란
꼬리표를 떼어버리듯 숨을 불어넣어
차가운 밤,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
내 악기가 내는 소리와는 안 어울리는
허름한 술집 안에 난 서 있어
구겨진 악보를 펼치고 악기를 물어야만
삶을 온전한 값에 살 수 있어
반주기는 아무 말 없이 제 할 일을 해내고
호흡이 없는 기계와 호흡을 맞춰 세네 곡을
무심코 끝낼 즈음 열리는 가게의 문
그 누구도 관심이 없지, 나에게는
내 소리는 그들의 귀에 머물지 못하네
술잔들의 요란함이 모두 지웠다네
허나 그들에게 내 모든 게 부질없다 해도
입에 물고, 손에 쥐고, 전부 쥐어짜네
낡은 지갑에 껴놓은 사진을 바라보네
가끔 사진 속 모두가 나에게 말하곤 해
결코 영원히 잡고 있을 수는 없어
흐느낀다,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어느덧 악기를 닮아있는 허리는 구부정해
이미 나와 있는 정답을 온몸으로 부정해
몇 일째 굶고 있는 내 낡은 잠바 주머니에게
주먹 쥔 손을 구겨 넣어 입을 다물게 해
어찌 보면 이건 일종의 산소호흡기
떼어내는 순간 난 더 이상 살 수 없지
나에게 꿈이란 일종의 낭떠러지
한 번 뛰어들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