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잔 걸쳤습니다
늘 그렇듯 혼자 먹었구요
뭐 생일이야 매년 오니깐
오늘도 홀로 보냅니다*
휘청휘청 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 생일 밤
우리 동네 어느 학생이 당하고 있는 유쾌한 생일빵
나도 거기 가서 막 맞고 싶었구요
사실 아까 술집에서 남의 생일 축하곡에
나도 벌떡 일어서구 싶었구요
꾸역꾸역 혼자서 술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고
구역 구역질하는 앗 우리 집 앞에 누가 쓰러져있다
*
야야 정신 차려 봐라 얼마나 마셨길래 코가 빨갛노
일단 우리 집에 데꼬 들어왔지 내 얘기 좀 들어봐
일당 삼만 원도 안되는 서러움을 니가 혹시 아나
오늘도 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혼자라니 몹시 화나
계절별로 난 옷이 하나라서 좀 땀내가 나
그래서 여자들이 지하철에서 내 옆에 안 앉고 딴 데 가나
나 사실 많이 외로워 생일날에도 이렇게 또 혼자라니
근데 이 더운 날에 너는 무슨 사연으로 대문 앞에 쓰러져 잤니
*
내 스물아홉 번째 생일날 핸드폰은 안 울리고 내가 대신 울었네
눈물을 닦고 보니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선물
야 덥겠다 우리집에 가서 선풍기 새게 틀어놓고 놀자
사실 난 축하해줄 사람보다 같이 대화 나눌 친구가 필요해
루돌 루돌프야 혹시 산타가 버렸니
루돌 루돌프야 넌 썰매 끌면 시급이 얼마니
루돌 루돌프야 넌 사슴이니 혹은 순록이니
루돌 루돌프야 너도 여자친구가 없다고 해줘
루루 루루 루루루 나 먼저 잘게
루루 루루 루루루 고마워 함께 있어줘서
크리스마스 땐 내가 니 옆에 같이 있어 줄게
소주 한잔 걸쳤습니다
오늘 밤은 둘이 먹었구요
생일이야 매년 왔지만
올해는 함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