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 사이

주현미


창을 닫기엔
아직 햇살이 뜨겁고
열어두기엔
이 바람이 차갑다
그리워하긴
그댄 너무 멀리에
지워지기엔
그 기억들이 여기에
흘러간다 눈부신 시간이
지금도 나는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네
사랑한다 말해선
안 되는 이유만
날이 갈수록 많아지네
가을과 겨울 사이
걸쳐진 내 모습
흔들리면 왠지 안 될 것 같아
찬바람이 세지면
또 나는 어떡해
아득해진 여름날이
난 그리워 너무 그리워
같은 시간에 같이 걸었던 거리가
처음 와보는
어딘가처럼 낯설다
참을래야 더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린들
달라지는 게 없구나
돌리기엔 늦은 내 목소리
지금도 그런 내게서
멀어져만 가고
사랑한다 말해선 안 되는
가슴에 품은 이름이
왜 또 떠오르나
가을과 겨울 사이
걸쳐진 내 모습
흔들리면 왠지 안 될 것 같아
찬바람이 세지면
그때는 어떡해
아득해진 여름날이
난 그리워
그대에게 잊혀지긴 싫은데
잡을 용기도 난 없네
차가워지는 바람에
옷깃을 난 여밀 수밖에
그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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