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무표정한 발걸음
너를 만나러
너를 만나러 가는 길에
쓸쓸하게 빈 유리잔 같은 그 길에
햇빛이 쏟아져
반짝이는 소리가 들려
눈이 부셔서
잠시 그 애 생각이 났어
똑같은 지하철
똑같은 가게와 길 모퉁이
못 된 버릇처럼
자꾸만 다시 살피게 되네
바람이 불어와
앉아있던 시간이 날아가
정신이 들어
쏟아지는 소리와 모습들
아아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그 애에게서 멀어지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을 하고선
그림자를 따라 걸으며
망설이지 않는 척
곧 네가 보이기 시작할텐데
무표정한 발걸음
늘어만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