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척이는 빗속을 걸어 네게 왔다
소주 한병 풋과일 몇개
저만큼 네가 다가서기를 기다리며 주저앉아 술을 따른다
일렁이는 검은 바다가 보이는 산
너를 만나러 왔다 -
언제나 기름에 얼룩진 네 얼굴 쇳가루 가슴팍 쪼들아도
만나면 새 세상 얘기를 먼저 알고
검은 손 시퍼렇게 핏발 세우던 너는
솔바람 다자도록 오지 않는구나 오지 않아라
- 어디 있느냐
어느 솔잎 끝에 매달려 마른 번개소리 듣느냐
파도의 깊은 골짜기에서 해일 소리 듣느냐
너를 위해 향불 켠 밥상 머리 내 집에도
뻣가루 뿌려진 이곳에도 너는 없구나
어쩌면 네가 피토하고 쓰러진 공장에서 아직도 핏자욱을 닦으며 울고 있느냐 -
새벽별이 벌써 저렇게 밝아오는데 너도 저렇게 오만했는데
새벽별 그림자 내손에 잡히면서
그렇구나
너는 처음부터 여기 있었지 비록 나와 마주 앉지는 않았지만
새벽별에 비친 그림자되어 우리는 나란히 나란히
새벽별이 벌써 저렇게 밝아오는데 너도 저렇게 오만했는데
새벽별 그림자 내손에 잡히면서
그렇구나
(간주)
검은 손 시퍼렇게 핏발 세우던 너는
솔바람 다자도록 오지 않는구나 오지 않아라
- 어디 있느냐
어느 솔잎 끝에 매달려 마른 번개소리 듣느냐
파도의 깊은 골짜기에서 해일 소리 듣느냐
너를 위해 향불 켠 밥상 머리 내 집에도
뻣가루 뿌려진 이곳에도 너는 없구나 -
새벽별이 벌써 저렇게 밝아오는데 너도 저렇게 오만했는데
새벽별 그림자 내손에 잡히면서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