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 (시인: 박이도)

정희선

♣ 해 빙 기

-박이도  시

봄밭엔 산불이 볼 만하다.
봄밤을 지새우면
천 리 밖에 물 흐르는 소리가
시름 풀리듯
내 맑은 정신으로 돌아온다.

깊은 산악마다
천둥같이 풀려나는
해빙의 메아리
새벽 안개 속에 묻어오는
봄 소식이 밤새 천리를 간다.

남 몰래 몸 풀고 누운 과수댁의
아픈 신음이듯
봄밤의 대지엔
열병하는 아지랭이
몸살하는 철죽
멀리에는 산불이 볼 만하다.

노오란 해 솟으면
진달래 밭 개나리밭
떼지여 날아온
까투리 장끼들의 울음으로
우리네 산야엔 봄 소풍 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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