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김진성 땜에 너의 인생을 망쳤다고 하셨다
형은 30년 후 어머니 생신날 은수저를 갔고 와 사과했지
아니야 날 망친 건 밥 딜런 한대수 양병집 김민기 우드 거스리
그들의 노래는 바람 같았고 흐르는 강물처럼 거칠고 시원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그들의 모순된 충동에 흔들리며
변하지 않는 세상에 인디언써머를 기다리며 봄을 기다렸지
형을 만나 무감각 무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과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와 개똥들과
산더미같이 쌓인 바리케이드 미친 최루탄 속에 내일은 없었고
형은 날 사기꾼이 안 되게 했지 힘든 시간만 있었던 건 아니었어
술 먹다 형한테 선빵 맞고 아구통이 돌아간 적도 있지
불편과 불쾌를 나누면서도 슬픔 사랑 비밀 행복 다 같이 했어
형을 만나 자랑하고 싶은 거 하나 배신하지 않고 살아온 거
딴따라 배신은 삶과 죽음처럼 당연한 자연의 섭리 같았지
사람 속은 모르지 내 속도 몰라 근데 형과 난 마음 근처에 가 봤어
험한 말도 오갔지 술상도 없고 하지만 상처 주고 떠나지 않았어
우리 배신은 먼저 죽는 거야 우리 매니저는 하나님이니까
죽음의 출연은 거부할 수 없다 엊그제 119가 형을 데려갔지
오만했던 날들 반성과 후회한다 어리석고 비참했던 젊은 날
아슬아슬하게 죽음을 피해 겨우 가을에 도착했다
사랑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 사랑하자
마음에 샅바를 힘껏 당긴다 이제 우리도 떠날 준비를 해야지
프랭크 시내트라, 사라 본, 지미 헨드릭스 먼저 배신하고 우리 곁을 떠났지
언성을 높였던 노래들과 발에 묶여 있던 모래주머니를 푼다
이제 조금 깨달은 것 같다 그러나 삶은 변하지 않아
과거를 쪼개 괴로움을 나눈다고 아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통을 거부하고 또 거부하고 나와 싸우며 헛고생을 했었지
그 고통이 너에게 뭘 원하고 그가 원하는 데로 변해줘야 했어
영혼이 찢겨져 박살 날 때 사랑의 노래가 우리를 구해주지
그래도 결국엔 죽겠지만 사랑할 수 있을 때 죽도록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