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삿갓을 쓰고
누더기 옷을 걸친 고양이
한쪽 다리가 없네
나뭇가지를 주워 지팡이로 쓰지만
언제나 위풍 당당히 걷네
예이예 깊이 잠든 어느 날 밤
올빼미가 와서 내 한쪽 눈도 가져갔지
예이예 하지만 슬프지 않아
애꾸눈 속에 비친 세상도 아름다워
비바람 눈보라 거칠게 몰아쳐도
온몸으로 맞으며 걸어가네
조각난 추억은 가슴에 묻은 채로
천천히 언덕을 넘어가네
언젠가 큰 고래를 잡을 거라 했을 때
모두가 바보 같다 했지만
뜻 모를 비웃음은 한쪽 귀로 듣고서
두 귀로 전부 흘려보내네
예이예 마음이 이끄는 대로
휘파람 불며 바다를 향해 떠나간다
예이예 나는 두려운 게 없어
소중한 것을 잃고도 다시 일어섰지
비바람 눈보라 거칠게 몰아쳐도
온몸으로 맞으며 걸어가네
조각난 추억은 가슴에 묻은 채로
천천히 언덕을 넘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