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고 있는 그 마음을
기다리지 않는 시간이
내가 모르게 데려갈까 봐
타버린 낮과 그을린 머리칼은
검은 빚이 되어버리고
갚지도 못할 만큼 번져버릴 희생을
원치는 않았었는데
난 이미 과분했는데
발자국을 따라 조용히 바라만 보는
다정했던 그 믿음을
괜히 투덜대는 입술로
아주 차갑게 퇴색시키네
눈부신 삶과 찬란한 눈동자는
하얀 빚이 되어버리고
돌아선 순간에야 드리운 그림자에
빛임을 알아차리네
난 이미 따뜻했는데
서늘한 날들 속을 살아낸 따스함이
빛처럼 나를 감싸네
난 벌써 그리워하네
저물지도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