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모리]
따라간다. 따라간다. 선인들을 따라간다. 끌리는 초마 자락을 거듬거듬 걷어 안고, 비같이 흐르난 눈물 옷깃에 모도다 사모차네. 엎더지고 넘어지며 천방지축 따라갈 제, 건너 마을 바라보며, “이진사댁 작은아가! 작년 오월 단오일의 앵도 따고 노던 일을 늬가 행여 잊었느냐? 금년 칠월칠석야의 함께 결교허잤더니 이제는 하릴없다. 상침질 수놓기를 뉠과 함끄 허자더냐? 너희들은 팔자 좋아 양친이 구존허니, 모시고 잘 있거라. 나는 오날 우리 부친 슬하를 떠나 죽으러 가는 길이로다.” 동리 남녀노소 없이 눈이 붓게 모도 울고, 하나님도 아옵신지, 백일은 어디 가고 음운이 자욱허여 청산도 찡그난 듯, 초목도 눈물진 듯, 휘늘어져 곱던 꽃이 이울고저 빛을 잃고, 춘조난 다정허여 백반제송허는 중으,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허였는지 환우성 지어 울고, 뜻밖으 두견이는 귀촉도, 귀촉도, 불여귀라. 가지 우으 앉어 울건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가 어이 돌아오리?” 한 모롱 돌아드니, 해당화 한 송이 떨어져 심청 얼굴으 부딪치니, 꽃을 들고 허는 말이, “약도춘풍불해의면 하인취송낙화래라. 한 무제 수양공주 매화장은 있건마는 죽으러 가는 몸이 언제 다시 돌아오리? 죽고 싶어 죽으랴마는 수원수구를 어이 허리.” 길 걷는 줄을 모르고 강변에 당도허여, 선두에다 도판 놓고 심청을 인도허여 뱃장 안에 앉힌 후어 행선을 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