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첨에 나는
태어나서 어떤 색이 였는지
아마 하얀색 도화지 같은
피가 흐르는
시뻘건 핏덩이로
세상에 나와
많은 여러 가지 색을
보았네 나와 다른
여러 가지 색
그 색깔들이 서로
뒤엉켜있어
그래서 다들 속마음은
시꺼먼지도
오늘따라 유난히 화려한
서울의 밤
난 친구들과 모여서
거리로 나와
사람들은 아무 이유 없이
잡아먹을 듯이 서로 노려봐
그 거뭇거뭇 한 틈 사이로
우리 앞에
초록색 병은 쌓이고
이미 내 얼굴은
핏덩이처럼
이성과 감성 경계선이 흐려져
블루스크린
여긴 보이는 게 전부인 거 같아
사람인데 사람 냄새가 안 나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엄마의 카톡 대화명이
문득 생각나
낭만이라 불린 단어도
오그라들면서
자연히 사라졌고
소통은 오직 숫자
계산만으로
모두 갇혀있네
해시태그 철장 속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삶
돈과 시간에 휩쓸려
서로 눈치를 봐
더욱더 빨라지는 세상에
아직 난 준비가
덜 된 채로 끌려가네
i wish somebody made guidelines
오늘따라 유난히 새까만 밤
내게 보여지고 느껴지는
내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세상이 다 달라
블루스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