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바다 단풍 드는 거 보세요
낮은 파도에도 멀미하는 노을
해안선이 돌아 앉아 머리 풀고
흰 목덜미 말리는 동안
미풍에 말려 올라가는
다홍 치맛단 좀 보세요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
삼십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 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
길은 잘 익은 햇살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당기는데
지난여름 푸른 상처
온몸으로 막아주던
방풍림이 얼굴 붉히며
바알갛게 옷을 벗는 풍경
은점 지나 노구 지나
단감 빛으로 물드는 노을
남도에서 가장 빨리
가을이 닿는 삼십리 해안 길
그대에게 먼저 보여주려고
저토록 몸이 달아 뒤채는 파도
그렇게 돌아앉아 있지만 말고
속 타는 저 바다 단풍드는 것 좀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