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항상 맛있는 걸 먹을 때
옆에서 구경하던 거지 같은 존재
아버지 말하시길
항상 당당하라 했기에
하나도 고프지 않다며
주린 배를 잡네
나도 먹고 싶었는데
참 부러웠었는데
내 나이 여덟 살
그때는 참 어렸었기에 난
집에 와 아무것도 없는
냉장고만 열고 닫아
한숨 쉬기는 어리다 할 때지만
누군가는 한창 사랑받는 게
당연할 때지만
가난은 내 단짝 친구라서
늘 달고 살았네
매일 같이 불평만 하면서
가난이란 단어 뜻도 모르면서
아니 알 필요 없지
온몸으로 느꼈어
그때 내 꿈은 딱
3000 원만 있어서
길가에 팔던 어묵을
원 없이 먹어 보는 거
상계동 연금매장에
팔았던 피자빵
야 나 한 입만 안 하고
사서 먹어 보는 거
지겹게도 끈질기던 가난이
사실은 많이 미워
그쯤 늘어난 반항이
지금은 내 아버지 이마 깊숙이
그어진 세월의 고된 자국
일 끝나고 퇴근하신 현관에서
나를 보며 웃어주시던 방파제
무거운 어깨 멀게 느껴지는
내 방까지 오셨어
한 손에는 내 과자란 이름의 사랑
나 태어나 살고 자란
당신의 아들 내게는 자랑
단 하루도 밉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사실은
가끔은 너무나 미워
어머니와 갈라선 당시는
죄스런 눈으로 날 제발
쳐다보지 말아
당신 아들 이제는 다 커서
당신 마음 다 알아
어릴 때 골목을 돌아나가면
아버지가 오는 소리에
난 참 행복했었는데
그때는 숨었다가
놀래켜 드리고 나서
아버지가 정말 놀란 줄
알고 있었어
어느새 커져 버린 내가
그 기억들 이제는
왜 자꾸 밀어낼까
꿈이었던 우리 아빠 같은 사람
되겠다는 얘기
얼마만큼 따라왔나
돌아보면 애기
아들은 아버지 닮아
커 간다는 얘기도
준현이 잘 되게 해 달라는
아버지 그 기도 절대
잊지 못 할 거라 나 믿었는데
밝혀주신 내 인생
왜 밤이 됐는데
내 아들의 아들까지
보고 가신다 했는데
다시 묻기 겁나 못 여쭤봐
바뀔 것 같애
같이 가던 목욕탕
그리도 좋아했는데
아버지 말라진 몸만
눈에 밟힐 것 같애
너무도 크고 강했던
우리 아버지의 손
아빠가 정말 잘 나가
건축 이 바닥에서는
하고 말씀하시던 게
엊그제만 같은데
요즘에는 손에 있어
구겨진 복권 같은 게
바빴다고 핑계 대며
전화 미루는 아들
명절이나 어버이날
꼭 무슨 날에만 아들
어릴 때부터 지금도
고맙단 말도 못하는 난 바보
아빠는 또 말하겠지
괜찮다고
내 아버지라는 운명이
행복하시길 바라며
정말 사랑해 아빠
모든 순간이 고마워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로 못 잊어
그 누가 뭐래도
아빠가 제일 멋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