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인연
맨 처음 본 순간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어느 날
내 눈앞에 그대가 담겼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몰라
투박하게 내밀었던
손끝을 잡아준 그대여
나를 향해 이유없이
밝게 웃어주던 그대여
아랫목보다 따뜻한 기억 준 그대여
그대와 맞닿은 인연에 감사해
두 번째 인연
이유없이 설레이는
바람을 타고 실려온
봄날의 향기는
내 코끝에 살짝이 닿았지
그날이 얼마나 고운지 몰라
정갈하게 묶여졌던
매듭을 보여준 그대여
차마 내가 말하지 못한 이길
함께 가고픈 그대여
얽히고 설킨 내 마음
풀어 준 그대여
그대와 맞닿은 인연에 감사해
세 번째 인연
계절가고 세월가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어느새 여기에
내 맘에 깊이도 새기네
인연이 얼마나 무심한지 몰라
물들어간 그림처럼
내게 스며든 그대여
아련하게 멀어지고
또 다가오던 그대여
소복히 쌓인 시간을 건너간 그대여
그대와 맞닿은 인연에 감사해
이렇게 내리는 빗속에
내 노래는 묻어두기로 해
약속은 하지 않아도 돼
알 수 있으니 느낄 수 있으니
어김없이 오는 빗속에
내 노래는 흘려 보내기로 해
손가락 걸지 않아도 돼
알 수 있으니 느낄 수 있으니
몰랐던 세 번의 인연은
이렇게 스쳐 보내기로 해
몇 번을 거듭 한다 해도
이어질 테고 또 이어질 테니
그리고 성긴 나무에도
봄은 오겠죠
손톱보다 가는 달도
언젠간 차오르죠
어느새 인연은 그대 앞에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