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태운 지하철은 너에게로 향했다

고재근
나를 태운 지하철은 어디로 가는 걸까

방향마저 알 수 없는 아득한 현기증에

초점이란 눈빛으로 차창을 바라본다

차창에 투영된 피곤한 내 얼굴이

마치 타인처럼 지친 나를 바라본다

너를 잃은 가슴속에 찬  바람이 불어온다

얼음보다 더 차가운 바람이 스며든다

산다는 게 힘겨워 지쳐 쓰러지면

애써 나를 일으키던 너였는데

너는 처량스런 뒷모습만 남긴 체

어둠 속 저편으로 떠나가 버렸다

혼자라는 외로움에 몸을 떨지만

그런 아픔까지 나에겐 사랑이다

허전함에 뜨거운 눈물을 쏟지만

아픈 눈물마저 나에겐 사랑이다

나를 태운 지하철은 너를 향하여

기다림의 철로 위를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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