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조차도 내려주지 않는
13일의 언덕에
하늘 위의 먹구름 떼들은
그 장소의 뭔가를 애도한다
한 번 보겠어 눈앞에 깔려진
처참한 광경 속에 물드는
혈흔의 붉은 빛을
그 모든 것들을 빼앗아간 여기서
뭘 위해서 두 눈을 감아
뭘 위해서 두 손을 모아
눈 떠 눈 떠 언덕 앞에서
너의 앞의 현실을 봐야 해
끝도 없이 부는 바람 속에
흩어지고 있었던 국화 꽃잎들이
사라질 때 그 장소를 애도해
한 번 보겠어 생명을 빼앗긴
그저 고깃덩이가 돼버린
인간의 마지막을
남은 것 따위는 하나 없는 여기서
몇 년 동안을 깨닫지 못하는
거짓된 우상으로 현실을 가려도
쌓여가는 이 처참함만이
남아 있는 언덕에
뭘 위해서 두 눈을 감아
뭘 위해서 두 손을 모아
눈 떠 눈 떠 언덕 앞에서
너의 앞의 현실을 봐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