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 용궁에서 어머니 만나는데

김수연

(아니리)
그때여 이러한 출천지 대효녀를 하늘이 그저 둘리 있겠느냐 옥황상제께서 사해 용왕을 불러 하교하시되 “오늘 묘시에 유리국 심소저가 인당수에 들 터이니 착실히 뫼셨다가 인당수로 환송하라” 용왕이 수명하고 내려와 용궁 시녀들을 불러 “너 이제 백옥교를 가지고 인당수 빨리 나가 묘시를 기다리면 인간의 심소저가 들 터이니 착실히 모셔 오너라” 각 궁 선녀들이 수명허고 인당수를 당도허니 때 마침 묘시초라 그 때의 심소저는 물에 들 듯 말 듯 천지 명랑하고 일월이 조림커날 뜻밖에 팔선녀들이 백옥교를 앞에 놓고 예 하며 엿자오데 “저희들은 용궁 시녀로서 부왕의 분부 듣고 소저를 모시고져 왔아오니 옥교를 타옵소서” 심청이 엿자오되 “인간의 미천한 사람으로 어찌 옥교를 타오리까” “만일 아니 타면 상제께서 수궁 대죄를 내릴 테니 사양치 마옵소서” 심소저 마지 못 하야 옥교에 앉으니 뜻밖에 수궁풍류가 낭자 헐 제
(엇모리)
위의 도장 할시구 천상선관 선녀들이 심소저를 보려허고 태을진 학을 타고 안기생 연타고 모래탄 이적선 청의동자 홍의동자 쌍쌍히 모셨네 월궁항아 마고선녀 남악부인 팔선녀들이 좌우로 벌였는듸 풍악을 갖추올 제 왕좌진의 봉피리 니나니나 니나누 곽처사의 죽장고 쩌지렁 쿵 쩡쿵 장자방의 옥 퉁소 띳띠루 띠루 석연자 거문고 슬기덩 지둥 덩덩 해상의 해금이며 수궁이 진동헌다 노경골이 위양허니 연광이 조일이요 집어린 이왕작허니 서기반공이라 수궁대궐은 응천상지삼광이요 곤의수상은 비수궁지 오복이라 산호주렵 백옥한쌍 광채도 찬란허구나 주잔을 들릴 적에 세상 음식이 아니라 유리잔 호박병의 천일주 가득 담고 한가운데 삼천벽도를 덩그렇게 괘였으니 세상의 못 본 바라삼일의 소연허고 오일의 대연허여 극진히 봉공헌다
(아니리)
하루는 천상에서 옥진부인이 내려 오시는디 이는 뉘신고 하니 심봉사 아내 곽씨 부인이 죽어 천상의 광한전 옥진 부인이 되었난디 심청이 수궁에 왔단 말을 듣고 모녀 상봉차로 하강하시는디
(진양조)
오색채단을 기린 의 가득 싣고 벅도화 단계화를 사면에 내려 꼽고 청학 백학 은 전배서고 수긍을 내려오니 용왕도 황겁허여 문전에 배회헐 제 옥진 부인이 들어와 심청 손을 부여잡고 “네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세상에서 너를 난 곽씨로다 너의 부친 많이 늙었으리라 나는 죽어 귀인이 되어 광한전 옥진 부인이 되었으나 너의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석에 몸이 팔려 이 곳으로 들어왔다 허기로 너를 보러 내 왔노라 세상에서 못 먹은 젖 이제 많이 먹어 보아라” 심청 얼굴 끌어다 가슴에다 문지르며 “아이고 내 자식아 꿈이면 깰까 염려로다” 심청이 그제야 모친인 줄 짐작허고 부인 목을 부여안고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 이것이 꿈이요 생시오 불효여식 청이는 앞 어둔 백발 부친 홀로 두고 나왔는디 외로우신 아버지는 어찌 의탁하오리까” 부인이 만류허며 “내 딸 청아 우지 마라 너는 일후에 너의 부친 다시 만나 즐길 날이 있으리라” 광한전 맡은 일이 직분이 허다하여 오래지체 어려워라 요령소리가 쟁쟁 나더니 오색채운으로 올라가니 심청이 할 일없이 따라 갈 수도 없고 가는 모친을 우두머니 바라보며 모녀 작별이 또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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