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나는나


사는 게 뭐가 이래 답도 안 보이고
기운 내서 나가볼까 날도 좋은데
생각을 비워내도 또다시 차올라
무거워진 몸 늘어졌네
바닥아 날 잡지 마
나간다 나간다 말만 해놓고
괜찮아 일어나 힘을 내볼까
낡은 운동화 편하게 신고
가벼운 잠바 하나 쓱 걸치고
현관문 열고 나가
살짝 진지해지려 해
이런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
걸었던 동네 하천길
바람이 시원하네 나오길 잘했어
숨이 좀 차네 땀도 나네
기분이 좀 나아져
할 거야 될 거야 말만 해놓고
이제는 안 하고 미루지 않아
낡은 운동화 편하게 신고
가벼운 잠바 하나 쓱 걸치고
현관문 열고 나가
살짝 진지해지려 해
이런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
걸었던 동네 하천길
아무도 모르는 일 신경 쓰지 마
나를 거스르는
그 어떤 것도 생각하지 마
뛰어도 좋아 멈춰도 좋아
조금은 쉬어가도 괜찮은데
사람들 눈치를 봐
예쁘게 안 걸어도 돼
그냥 두 팔 위로 씩씩하게
오늘도 내일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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