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랬어

전유빈
나는 용기 없고 게으르고 멍청하죠
핑계와 변명에는 달인
믿을 수 없지만
이젠 인정해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죠

내가 알아야 하는 많은 것들 중에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 내가 있죠
오랜 날 꿈꾸던
내가 결국은 아닌 나
인정을 해야겠죠 이젠

아니라고 아득바득 우기기 바빴기에
꿈쩍을 안 하는 내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네
창밖으로 세상이 움직이나
모를 뻔했던 다음 역이 보일 때

따끔한 정도가 아니니깐 그랬지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다지만
알게 모르게 나도 알아
모르겠지만 내가 잘 안다구
그러니까 시간을 줘
시침과 분침이 팔 벌릴 때까지만

나는 용기 없고 게으르고 멍청하죠
핑계와 변명에는 달인
믿을 수 없지만
이젠 인정해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죠

내가 알아야 하는 많은 것들 중에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 내가 있죠
오랜 날 꿈꾸던
내가 결국은 아닌 나
인정을 해야겠죠 이젠

내가 단 하나 인정할 수 없는 건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랬어)
나만의 요새 따윈 없다는 것
(내가 꿈꾸던 내가 아니라는데)
아주 분명하게 빠르진 않게
(용기 없고 게으르고 멍청하죠 난)
나만의 나만이 존재한다는 걸 말해 줄 거야
(믿을 수 없지만 그게 나죠)

다 알았던 그 밤이 있나요
그대로 눈 감았던
다 모르던 그 밤이 있나요
그대로 눈감아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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