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좋은 남자친구였어
널 기쁘게 할 만한 건
다 했지
수많은 기념일을
난 다 챙겼지
난 좋은 남자친구였어
넌 친구에게 나를 자랑했지
우린 부러움을 사는 한 쌍이었지
하지만 벼락은 불현듯
우릴 찾아왔어
전화벨이 울린 건
어느 폭풍 치던 날 밤
받아보니 떨리는 네 목소리
방금 집에 벼락이 내렸다며
섬뜩한 소리와 함께
몸에 빛이 지나갔고
보고 있던 TV는 꺼지고
아마 회로가 나간 것 같다면서
다친 데는 없지만
관절이랑 혀끝이
뭔지 모르게
찌릿찌릿하다고 그러면서
괜찮을까 괜찮을까 묻는데
난 참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벼락을 맞은 여자친구한테는
무슨 얘길 하도록
되어있는지 몰라
겁에 잔뜩 질린 채
멍하니 서 있었지
왜 네가 변해버렸을까
내 하는 얘긴 재미없다면서
뭘 해도 어딜 가도 따분하다고
바래다줄 필요 없다고
이젠 혼자 간다고
전화벨이 울린 건
어느 잠 못 들던 날 밤
받아보니 차가운 네 목소리
이제 그만 만나는 게 좋겠다고
아무 떨림이 없고
다시 잘 될 가망도 없고
내겐 정말 미안하게 됐지만
요즘 다른 남자를 만난다면서
첨 만난 순간부터
그 사람과 있으면
뭔지 모르게
찌릿찌릿하다고 그러면서
괜찮겠냐 괜찮겠냐 묻는데
난 참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사랑에 빠진 여자친구한테는
무슨 얘길 하도록
되어있는지 몰라
겁에 잔뜩 질린 채
멍하니 서 있었지
난 좋은 남자친구였어
여자한테 차여본 건
딱 한 번 뿐
내가 먼저 차인 건
딱 한 번 뿐
하지만 벼락은 불현듯
나를 찾아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