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넌 거기 서 있고
느린 걸음으로 따르는 나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어
서로를 감춘 채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내 마음엔 다시 틈이 생겼어
다 아물었을 줄 알았는데
다 지워진 줄 알았는데
조금씩 드러나
너를 위해 쌓았던 성은
이미 부서지고 있어
손을 댈 수도 없이 허공에 흩어져
잡을수도 없을만큼 깨어져 버렸어
넌 그런 날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지
나만 혼자 아플뿐이야
언제나 그렇듯 난 목까지 차오른 슬픔들을
소주 한잔에 털어넣어 삼켜버려
그래 괜찮은거야 하지
기억조차 하기 싫었던 그 아픈 흔적들이
다시 조금씩 돋아나고 있어
이러면 안돼 하면서 지워 보지만
자꾸 눈물이 스며
너와 나 사이의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