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조일기

두칸반
앨범 : 입질이 왔어


1.오늘은 음력으로 말일이니 재미 좀 보겠군 출조 전 채비를 점검해야 마음이 든든하지 붕어바늘 8호에 2호줄을 쓰고 고리봉돌 찌 맞춤엔 내가 귀신이지 파라솔 텐트에 선글라스 부러울 것 없네 떠나세 친구여 조황 좋은 곳이 어디메뇨 참붕어야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햇살이 따가와도 콧노래가 나오네 우리는 쏜살같이 달려간다
2.낚시터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수심재고 바닥검사 받침대 펴고 찌 맞추고 두 대면 충분하지 떡밥을 묽게 개어 먹기 좋게 하고 지렁이는 통통한 놈  골라 던져 놓고 찌 솟나 내려가나 잘 봐야지 한 눈 팔지 말고 얼씨구 내  찌가 하늘까지 솟았구나 힘차게 채고나니 피래미 새끼 친구가 깔깔대며  큰 소리로 외치네 어쩌면 피래미가 널 꼭 닮았냐
3.서산에 뉘엇 뉘엇 해가 지면 캐미를 달아야지 밤 벌레 소리가 들려오고 별빛이 반짝이네 붕어들은 모두 다 출장 갔나 왜 이렇게 소식이 없지 하던 차에 내 찌가 벌러덩 자빠졌네 드디어 왔구나 낚시대 활처럼 새벽 공기   가르면서 손 끝에 전해오는 짜릿한 느낌 그 순간 아차 하며 목줄이 터졌네 고기야 가더라도 다시 오렴  오늘도 출조 일기 꽝 일까나 그래도 내 마음은 행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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