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밤 (시인: 오상순)

김수희
앨범 :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7

첫 날
밤 - 오상순 시
어어 밤은 깊어
화촉동방(華燭洞房)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바다 속에서
어족(魚族)인 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야 !
태초 생명의 비밀 터지는 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涅槃)의 문 열리는 소리
오오 구원의 성모 현빈(玄牝)이여 !
머언 하늘의 뭇 성좌는 이 밤을 위하여 새로 빛날진저 !
밤은 새벽을 배[孕胎]고
침침히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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