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느질 하는 손
- 황금찬 시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아내는
바느질을 하고 있다.
장난과 트집으로 때 묻은 어린놈이
아내의 무릎 옆에서 잠자고 있다.
손마디가 굵은 아내의 손은
얼음처럼 차다.
한평생 살면서 위로를 모르는 내가
오늘따라 면경을 본다.
겹실을 꿴 긴 바늘이 아내의 손끝에선
사랑이 되고
때꾸러기의 뚫어진 바지 구멍을
아내는 그 사랑으로 메우고 있다.
아내의 사랑으로 어린놈은 크고
어린놈이 자라면 아내는 늙는다.
내일도 날인데 그만 자지,
아내는 대답 대신
쓸쓸히 웃는다.
밤이 깊어질수록 촉광이 밝고
촉광이 밝을수록
아내의 눈가에 잔주름이
더 많아진다.
♠♠ 아내의 바느질 하는 모습을 보면서 평생을 헌신적인 자세로 살아온 아내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따뜻한 분위기로 서슬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