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 타령 - 박상옥
저 건너 신진사 (申進士) 집 시렁위에
청동청정미 (靑銅靑精米) 청차좁쌀이
씰어 까불어 톡 제친 청동청정미 청차좁쌀이냐
아니 씰어 까불어 툭 제친 청동청정미 청차좁쌀이냐
아래 대 (代) 맹꽁이 다섯 우 대 (代) 맹꽁이 다섯
동수구문 (東水口門) 두 사이 오간수 다리 밑에
울고 노던 맹꽁이가 오뉴월 장마에
떠 내려오는 헌 나막신짝을 선유 (船遊) 배만 여겨
순풍에 돛을 달고 명기명창 (名妓名唱) 가객 (歌客)이며
갖은 풍류 (風流) 질탕 (跌蕩)하고
배반 (盃盤)이 낭자 (狼藉)하여
선유 (船遊) 하는 맹꽁이 다섯
훈련원 (訓練院) 노던 맹꽁이가 첫 남편을 이별하고
둘째 남편을 얻었더니 손톱이 길어 포청 (捕廳)에 가고
셌째 남편을 얻었더니 육 칠월 장마 통에
배추잎에 싸여 밟혀 죽었기로
백지 (白紙) 한 장 손에 들고
경무청 (警務廳)으로 잿돈 (齋錢) 타러가는 맹꽁이 다섯
광천교 (廣川橋) 다리 밑에 울고 노던 맹꽁이가
아침인지 점심인지 한술 밥을 얻어 먹고
긴 대 장죽 (長竹)에 담배 한대 피워 물고
서퇴 (署退)를 할 양으로
종로 한마루로 오락 가락 거니다가
행순 (行巡)하는 순라 (巡羅)꾼에 들켰구나
포승 (捕繩)으로 앞발을 매고
어서가자 재촉 (再促)을 하니
아니 가겠다고 드러누워 앙탈하는 맹꽁이 다섯
삼청동 (三淸洞) 막바지 장원서 (掌苑署) 다리 밑에
울고 놀던 맹꽁이가 마전꾼의 점심 몰래 훔쳐먹다
빨래 망치로 얻어 맞고 해산 (解産) 선머리를 질끈 동이고
가차운 병원으로 입원 하러 가는 맹꽁이 다섯
경모궁 (景慕宮) 안 연못 안에 울고 노던 맹꽁이를
강감찰 (姜監察)이 함 (緘)을 물려
벙어리 되어 울지 못하고 연 (蓮) 잎 뚝 따 물 담아 가지고
대굴 대굴 굴려가며
수은 (水銀) 장사하는 맹꽁이 다섯
시집 간 지 이태 (二年) 만에 시앗을 보고
큰 애미 첩 (妾)년이 쌈질을 하다
원당자 (元當者) 한테 꽁대를 맞고 한숨 지며 하는 말이
에라 시집살이는 판 틀렸구나
치마끈을 졸라 매고 반짓고리를 뒤 짊어지고
실 한바람 꽁무니 차고 고추나무에 목 매러가며
통곡 (慟哭)하는 맹꽁이 다섯
그 중에 익살스럽고 넌출지고
언변 (言辯) 좋고 신수 (身數) 좋은 맹꽁이가
썩 나서며 하는 말이
에라 아서라 목 매지마라
네가 당년 (當年) 이팔청춘이요
내가 방정 (方正) 홀애비니
같이 살자고 손목을 잡아 당겨
능청스럽게도 사정 (事情)하는 맹꽁이 다섯
오팔사십 (五八四十) 마흔 맹꽁이가
칠월이라 백중 (百中) 날 공회 (公會)를 한다하고
모화관 반송 (慕華館 盤松) 승버들 가지 밑에 수북이 모여
울음 내리할 제 밑에 맹꽁이 웃 맹꽁일 쳐다보며
엣다 이놈 염치없이
너무 누르지 마라 무거우라고 맹꽁
위에 맹꽁이 밑의 맹꽁이를 내려다 보며
엤다 이놈 차갑스럽게 군말 된다
참을성도 끔찍이도 없다 잠깐만 참으라고 맹꽁
그리로 숭례문 (崇禮門) 밖 썩 내달아
칠패팔패 (七牌八牌) 이문동 도적 (盜賊)골 네거리
쪽다리 배다리 돌무루 끝을 썩 나서며
첫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째
미나리 논에 머리 풀어 산발 (散髮)하고
눈물 콧물 꼬조조 흘리고 방귀 뽕 뀌고
오줌 잘끔 싸고
두 다리를 퍼덕 거리고 우는 맹꽁이 중에
어느 맹꽁이 숫 맹꽁이인가
그 중에 녹수청산 (綠水靑山) 깊은 곳에
백수풍신 (白首風身) 휘날린 점잖은 맹꽁이가
손자 맹꽁이를 무릎에 앉히고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방끗 웃어라 잇속을 보자
백만교태 (百萬嬌態)를 다 부려라
도리도리 짝짝꿍 곤지곤지 죄암죄암 질라라비 훨훨
재롱보는 맹꽁이가 숫 맹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