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가고

춘향가

중머리 ‘하루 가고’는 기나긴 정정렬제 이별가의 끝 곡으로, 이도령과의 추억을 찬찬히 되새기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이별의 극단적인 절망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을 되돌아봄으로써 앞서 이별의 슬픔을 정리하고, 그 슬픔을 한층 내면화시킴으로써 기나긴 기다림을 준비하는 효과를 낸다.

원반 : Victor KJ-1196(KRE 381)
녹음 : 1938. 3. 22

(중몰이)
하로 가고 이틀 가고, 열흘 가고 한 달 가고, 날 가고 달 가고 해가 지낼수록이 임의 생각이 뼛속으 든다. 도련님 계실 적에넌 밤도 쩔러워 한일러니, 도련님 떠나시든 날부텀은 밤도 길어 웬수로고나. 도련님 계실 적어 바느질을 허량이면 도련님은 책상 놓고 대학 소학으 예기 춘추 모수 상서 백두시를 역력히 외여가다, 나를 흘끗 돌아보며 와락 뛰여 달려들어 나의 애목 부여안고 ‘얼씨구나, 내 사랑이지’ 허든 일도 생각이요, 춘풍도리화계상은 꽃만 푸여도 임의 생각, 야우문령단장성어 비죽죽 와도 임의 생각, 새벽 서리 찬바람으 명사벽해를 바라보며, ‘뚜루루루루루루, 낄룩’ 울고 가는 기러기 소리으도 임의 생각, 앉어 생각 누워 생각, 생각 끄칠 날이 없어 모진 간장어 불에 탄들 어느 물로 이 불을 끌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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