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 없이 틀어 놓은 TV 화면에서는
눈 부신 무지개 빛을 초마다 쏟아 내었고
온통 최루가스를 뒤집어 쓴 도시에서
이곳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것만 같았어
그렇게 우리는 낯 설은 여관 방에서
서로의 몸 속으로 한 없이 숨어들고 있었지
문을 열고 나가면 세상의 모든 짐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어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혼자 눈을 뜬 아침에
문득 무언가를 잃어 버린 걸 알았어
처음부터 없었는지 아니면 언젠가 잃어 버렸는지
더구나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는 없었지만
너무나 분명한 것 한 가지는 나 다시 두 번 다시는 그것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