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밝은 구름 한 점 없던 그날 밤
치마 위로 떨어지고 있던 빗방울
뭔가 싶어서 고개를 들어보니
사람들은 우산 없이 거릴 걷고 있었지
내 앞에 앉아있는
무표정한 네 얼굴이
흐려지고 무서웠던 순간
아 난 내가
울고 있는 줄도 몰랐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잘하고 있다 믿었어
그날 밤
달빛이 아름답던 그 밤에
가장 못난 얼굴로
너를 보내야 했어
조금씩 차가워지던
너와 나의 공기가
어느새 걷잡을 수없이
얼어 버렸을 때 이미
다 끝나버렸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또 하고 있었지만
내 앞에 쏟아내는
너의 차가운 말들이
꼭 쥐었던 끈을 끊은 순간
아 난 내가
울고 있는 줄도 몰랐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잘하고 있다 믿었어
그날 밤
달빛이 아름답던 그 밤에
가장 못난 얼굴로
너를 보내야 했어
난 괜찮아
(누구 잘못도 아냐)
미안해 마
(끝이 온 거야)
잘 지내라는 말조차도
다 거짓말
아 난 네가
날 보며 웃는 게 좋았어
내가 나답지 않아도
너만 있다면 좋았어
가지 마
하고 싶던 그 말은 못 하고
가장 못난 얼굴로
너를 보내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