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나는 잠이 덜 깨서
평소에 타던 버스를 놓쳤고
터벅터벅 길을 걷다가 왜 배는 고프고
에라 난 몰라 오늘은 그냥
일이고 뭐고 모두 귀찮다
그날따라 맘이 허해서
지나가는 사람들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왜 그때 거기 서 있었는지
하필 나를 돌아봤는지
모처럼 너는 외출을 했고
친구가 급히 자릴 떠났고
그날따라 날이 좋아서
생각 없이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봤을 뿐이지만
그도 그럴 수밖에 사랑이라는 건
그럴듯한 시작이 있지
우린 모를 수밖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우리 이야기이니까.
그렇게 눈이 마주친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을 들었지
순간 내가 미쳤었는지
밥이라도 함께 먹자고
불쑥 말해버리고 만 것에
너도 놀랄 수밖에
그러자 했으니
심지어 넌 배불렀는데
나도 놀랄 수밖에
평소에 내가 아닌 듯 거침없는
친구들이 절대로 믿지 못할 내 모습
그도 그럴 수밖에
사랑이라는 건
그 모든 게 다 예외니까
그래 그럴 수밖에
첨부터 우린 그렇게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