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먼 곳 호수위로 아침 해는 떠오르고
긴 긴 밤을 지키던 여기 저 비둘기들은
성당의 종소리에 모두 깨어 날아가고
텅 빈 광장 주위론 새벽 그림자 지나간다
밝아오는 애들 놀이터 이슬 젖은 그네가
바람에 흔들릴 뿐 아직 인적은 없는데
끊길 듯 들려오는 먼 기적 소리만
텅 빈 네 갈래 길에 잠시 머물다 지나간다
비둘기 날아라
동녘 햇날 오르는 곳
떼 지어 날아라
먼 데 호수위로
꿈 꾸는 호수위 물 안개 걷히듯
도회지의 새벽 적막을 깨라
나의 어두운 고독을 깨라
모두 깊이 잠 들어 꿈 꾸는
이 고요한 새벽에
꿈을 꾸는 너의 새벽에 열려오는 동녘으로
깊은 잠은 시배되어 흘러 푸른 호수에 잠기고
일렁이는 잔 물결 여울져 퍼지면
너의 고운 새벽은 물결에 밀려 다가온다
비둘기 날아라
동녘 햇살 오르는곳
떼 지어 날아라
먼 데 호수위로
꿈 꾸는 호수 위 물 안개 걷히듯
너의 닫힌 창문을 활짝 열고
내 연민의 햇살을 받으려므나
모두 깊이 잠들어 꿈꾸는
이 고요한 새벽에
(1977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