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어머니
그 옛날 제가 외지로 나설 때마다
동구 밖 신작로에 나오셔서
차 조심하고 사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시던 어머니
가다 먼 길 구풋하면 먹어 두라고
수수떡 계란이며 건네주시고
옷고름 콧잔등에 찍어 우시던 어머니
이제는 예순 넘은 나이로
끌려간 자식놈이 그리워
철이 바뀔 때마다 옷가지 챙겨 들고
흰 고개 검은 고개 넘나드시는 어머니
서러워하거나 노여워 마세요
날 두고 언 놈이 뭔 말을 하더라도
내 또래 친구들 발길 뜸해지더라도
어머니 저를 결정할 사람은 저들이 아니니까요
사형이다 무기다 10년이다
사형 구형 놓기를 남의 집 개 이름 부르듯하는
저 당당한 검사 나으리가 아니니까요
높은 공부하여 높은 자리에 앉아
사슬 묶인 나를 굽어보는
저 준엄한 판사 나으리가 아니니까요
나를 결정할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고
날 낳으신 당신이고 당신 같으신 어머니들이고
날 키워 준 이 산하 이 하늘이니까요
해방된 민중이고
통일된 조국의 별이니까요